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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응용언어학 개론' 스토리

영화 '응용언어학 개론' ('건축학 개론' 후속)

호기심이 많고 숫기 없던 스무 두살, 영어영문학과 승민은 신동일교수의 '응용언어학 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음대생 서연에게 한눈에 반한다. 콜센터 방식의 영어 콘텐츠 비평, 언어 정체성과 생태계 조사, 언어인권의 소수자를 위한 봉사활동 등, 승민과 서연은 응용언어학 조별 과제를 함께 수행하면서 차츰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승민은 졸업 후 언어시험을 모델링하거나 이중언어정책에 관한 일을 하고 싶고 서연은 대안학교에서 일하고 싶다며 서로를 따뜻하게 격려한다.

그러나 사실 서연은 경상도 억양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촌놈 승민보다 영자신문사에서 활동하는 잘생긴 서울 대치동 출신의 영문과 복학생 오빠를 보기 위해 ‘응용언어학 개론’ 수업을 선택한 것이다.

 자기보다 학과 선배를 더 좋아하는 것 같은 서연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던 승민은 어느 날 영문과 학생들이 단골로 찾는 ‘장독대’에서 파전에 소주 두 병을 까고 서연이 지식봉사를 한다는 대치동으로 향한다. 그 곳에서 승민은 우연히 서연이 초등학생 대상의 학원 알바를 ‘싸가지 없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교수님 앞에서 거품을 물며 상품화되고 기술주의화된 언어(교육) 프로그램을 비판했던) 그녀가 영자신문사의 복학생 오빠와 함께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그곳에서 작정하고 한 몫 단단히 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실망한다. 서로 오해도 있었지만 승민은 서연을 계속 피하게 되고 둘은 결국 헤어진다. 

세월이 지난 후, 공부를 마치고 젊은 응용언어학자로 활동하게 된 승민을 불쑥 찾아온 서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승민에게 서연은 자신이 시작하려고 하는 대안학교의 언어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고 한다. “너 옛날에 약속했잖아. 내게 언어 프로그램을 만들어준다고… 기억 안나? 교수님이 맥도날드화된 교육과정을 벗어날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할 때 너가 날 위해 그런 멋진 프로그램 하나를 공짜로 만들어줄 수 있다고 큰소리 쳤잖아?”

서연은 충주의 작은 마을에 이민자, 탈북자 , 국제결혼 배우자를 위한 한국어-영어교육 봉사를 하고 있었으며 승민은 그런 서연에게 마음을 열며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언어교육 콘텐츠와 다문화-다언어 지역공동체를 기획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함께 작업을 할 수록 그들은 어쩌면 사랑이었을지 모를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새로운 감정을 쌓기 시작한다.

“그런데 너 이런 프로그램을 운용할 돈을 어떻게 구했냐? 그리고 이런 일에 정말 관심이 있냐? 이건 크게 돈 되는 일도 아닌데..” “아, 내가 사실 돈 많은 남자 좋아했잖아. 결혼도 돈 많고 명 짧은 사람과 했었어. 이건 그 사람이 남긴 재산이고… 그 때 응용언어학 수업에서 D 학점 받고 화가 나서 꿈을 접었는데 자꾸 그 재수 없는 교수가 한 얘기가 생각 나더라고… 그런데 넌 아직 결혼 안 했지?” 

서연이 혼자라는 사실이 기쁜 승민, 하지만 그는 이미 결혼을 약속하고 사귀어 온 약혼녀가 ‘국경없는 언어교육회’ 해외기구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자꾸만 그 사실을 서연에게 숨기게 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