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아이들이 죽고 있어요 2년 전 신문을 통해 전해진 세상 얘기다. 목동에 있는 중학교 2학년 동급생들에서 왕따를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보도된 적이 있다(중앙일보 2012년 2월 7일 ‘목동 왕따자살 여중생, 대체 어떻게 괴롭혔기에…’). 법원에서 폭력성이 두드러지지 않고 중학교 2학년 학생을 감안한다고 하면서 가해학생들에 대한 영장 청구를 기각했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 학교짱을 포함한 8명이 자신들에게 복종하지 않는 김양을 ‘XX년’이라고 욕을 하고, 필통이나 주먹으로 폭력을 행사했다. 그리고 김양 부모님이 학교측에 항의를 하자 이를 알아차리곤 더욱 노골적으로 왕따를 시킨다. 교실에서 "학교에서 무슨 일 생기면 부모에게 이르는 바보 같은 짓을 하는 애가 있네, 그 아인 이제 죽었네"라고 큰 소리로 말하며 전.. 더보기
하루키, 코엘료, 그리고 영화 About Time 오늘은 감정을 통제하기 쉽지 않았다. 비가 내린다. 비 내리는 날은 작업이 잘 되기도 하는데 통 신통치 않아 일을 중단하고 책 2권과 밤엔 영화 하나를 봤다. 하루가 거지 같다고 느끼는 40대 이상 장년에게 오늘 내가 몸소 체험한 기가 막힌 감정의 재생 방안을 제안한다. 1. 먼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는다. 예를 들면 오늘 집에서 우연히 찾은 ‘상실의 시대 같은 책.’ 이런 책으로 거지 같은 감정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 오래 붙들고 읽지 말아야 하고 새 책을 구매하지도 말아야 한다. 자칫하면 허무의 늪에 빠진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30분 속독으로 본다. 줄거리는 인터넷을 통해 파악하면 속독 가능하다. 2. 난 하루키가 쓴 책 중에 아마도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에세이.. 더보기
아들이 문을 꽝 닫고 자기 방에 들어갈 때... 1. 아이들은 둥지를 언젠가는 떠난다. 우리들의 ‘그 착한’ 아들들이 난생 처음으로 문을 꽝 닫고 자기 방에 들어갈 때 엄마 뿐 아니라 아빠도 당황스럽지만 (아니, 화가 나려고 하지만) 그건 사실 아들의 입장에서는 부모 품 안의 심리적 둥지를 떠나는 위대한 출발인 셈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랬을 때 박수 쳐주고 파티해주면서 이렇게 말할 걸 그랬다. “너 이제 little boy가 아니던데.. 이제 괜찮아?” 정말 쿨한 아빠 아닌가?) 2. 예전에 내가 아는 어떤 분이 그런 말을 했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두 번의 위기를 피할 수 없는데 한번은 우리가 틴에이저일 때이고, 다른 한번은 틴에이저 자녀를 둘 때라고. 그 땐 그 말에 공감을 했는데 지금 그 분의 논점을 생각해보면 자녀에 관한 소유의식이랄까, .. 더보기
다시 등장할 라면 상무, 신문지 회장... 1. 작년인가 국내 공항과 항공기내에서 발생한 라면상무, 신문지회장 사건이 수면에 가라 앉았다. 다 지난 사건이지만 다시 한번 상황을 복기해본다. 내 눈엔 항공사 직원들이 참 친절하다. 그런데 좁은 기내에서나 또는 공항에서 그들을 막 대하는 사람이 왜 자꾸 등장할까? 어쩌면 그들의 경직된 언어문화가 막말을 허락하는 위계질서를 고착시키는 것은 아닌가? 2. 2012년 가을에 국내 항공사 여승무원들이 과도한 용모와 복장 규제 때문에 불편을 호소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관련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열었고 승무원이 겪는 감정 및 미학적 노동의 부담감이 다뤄졌다. 그러나 토론회를 소개한 인터넷 기사 아래에 달린 댓글이 가관이었다. 3. 예쁜 제복 입고 단정한 얼굴로 웃음을 파는게 원래 서비스 직업이며 여승무원들은 절대.. 더보기
'앵무새 죽이기' 1. 행복의 리츄얼은 구체적인 오감을 요구한다. 예를 들면 일요일 오후에 약간은 벅찬 마음으로 예배를 마치고 돌아온 후에 익숙한 개 냄새를 맡으며 산책을 시킬 때.. 그리고 약간 나른한 몸으로 소파에 늘어지게 눕곤 하겐다스 아이스크림을 천천히 쪽쪽 빨아 먹으며 내가 좋아하는 슈퍼스타k 오디션 방송을 보는 것. 한참을 보다가 시계를 쳐다본다. ‘이제 20분이면 끝나네.. 심사평이 궁금한데..’ 그러면서 그 시간이 계속 흘러갔으면 하는 마음.. 행복은 메타포로 설명되기도 하지만 그런 리츄얼의 묘사가 필요하다. 2. 난 ‘앵무새 죽이기’를 읽으며 책 읽기에 관한 행복의 리츄얼을 마음껏 누렸다. 이런 저런 달달한 쥬스나, 레모네이드, 커피를 마시면서 천천히 읽었다. 가끔 호떡이나 감자전도 먹었다. 행복한 상상도.. 더보기
'언어평가: 사회적 단면' 역서 출간 서문 '언어평가: 사회적 단면' 역서 서문 (원서: 'Language Testing: The Social Dimension' (McNamra & Roever, 2007)) 문항 개발이든 채점자 교육이든 시험 만드는 일이 즐겁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난 좀 더 통찰의 힘을 갖고 싶었다. 언젠가부터 평면적인 수치가 답답했고 좀 더 입체적인 실체로 내가 오랜 동안 일했던 ‘언어평가’ 현장을 이해하고 싶었다. 본 번역서의 구상과 실천 역시 그와 같은 맥락에서 시작되었다. 2009년에 한국문화사를 통해 본 번역서의 원저자인 McNamara교수, 그리고 Blackwell Publishing으로부터 번역서를 출간할 권한을 부여받았다. 2009년 동안 동료 옮긴이들과 전체 원고를 강독하고 초벌 번역을 완성했다. 그러나 .. 더보기
'한국의 영어평가학 4: 사회문화편' 시작글 시작글 ACTFL 한국위원장을 2006년쯤인가 맡으면서 나는 OPIc 말하기시험의 국내 시행을 준비했는데 아마도 같은 해에 시작한 국가영어(말하기/쓰기)인증시험의 기획 업무로도 분주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만 해도 어느 쪽 일이든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았기 때문에 소수의 인력과 일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또 몇 년 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일이지만 즐거운 추억이 많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드나들며 말하기와 쓰기시험에 관한 국가의 개입, 전문성의 확보를 부지런히 설득했는데 시험을 시장의 자율적(?) 욕망에 맡겨서는 평가지식/권한을 결코 민주적으로 위임할 수 없다는 신념은 그 때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그러나 기획과 시행안이 국가로부터 본격적인 지원을 받기 시작한 2007년 여름, 그곳에 작정하고 모여.. 더보기
영화 '응용언어학 개론' 스토리 영화 '응용언어학 개론' ('건축학 개론' 후속) 호기심이 많고 숫기 없던 스무 두살, 영어영문학과 승민은 신동일교수의 '응용언어학 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음대생 서연에게 한눈에 반한다. 콜센터 방식의 영어 콘텐츠 비평, 언어 정체성과 생태계 조사, 언어인권의 소수자를 위한 봉사활동 등, 승민과 서연은 응용언어학 조별 과제를 함께 수행하면서 차츰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승민은 졸업 후 언어시험을 모델링하거나 이중언어정책에 관한 일을 하고 싶고 서연은 대안학교에서 일하고 싶다며 서로를 따뜻하게 격려한다. 그러나 사실 서연은 경상도 억양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촌놈 승민보다 영자신문사에서 활동하는 잘생긴 서울 대치동 출신의 영문과 복학생 오빠를 보기 위해 ‘응용언어학 개론’ 수업을 선택한 것이다. 자기.. 더보기